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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

기무기1 2008. 7.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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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PAC, 창녕 우포늪서 6.25 전사 미군 유해 발굴 작업

 

미국 포로 및 실종자 확인 연합사령부 소속 웰치 대위, 아키바 하사, 인류학자, 통역관 박 에드워드가 우포늪 일주 도로 옆 발굴 현장에서 기자의 요청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얼마전 한강 한복판의 고무보트에서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산소통을 메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반세기전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한강으로 추락한 미군 조종사의 시신과 전투기를 찾기 위해 JPAC(미국 포로 및 실종자 확인 연합사령부) 소속 요원들이었다.


JPAC 요원들이 경남 창녕군 우포늪 가장자리에서 한국전쟁 당시, 전사해 묻힌 전우의 시신을 발굴하고 있다.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JPAC 요원 9명과 고고학자 및 인류학자 그리고 미 8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20여명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4일까지 우포늪 일주 도로 변에 캠프를 차리고 발굴작업에 진땀을 흘렸으나, 유해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들이 이곳에서 발굴을 하게 된 것은 전쟁당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참전 용사가 “창녕 우포늪 가에 전우를 묻었다”는 증언을 토대로 작년에 한차례 조사팀이 왔을 때, 주민 1명이 전사한 미군 3명을 묻은 곳을 지적해 줬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발굴 작업은 폭 2m 길이 4m 깊이 3m의 진척을 보였다. 구덩이를 파고 있는 JPAC 요원들이 일일이 손과 삽 같은 원시적인 도구로 전사자의 유품이나 유해 일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창녕 발굴 책임자인 웰치 캡틴(40세. 대위)는 “당시 전사자를 묻었다는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지점이 잦은 우기때 침수를 막기 위해 도로를 돋운 사실이 있어 8m를 파야만 유골 발견 유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발굴 작업 현장 기록을 맡고 있는 로렌스 아키바(여. 공군 하사. 26세)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명예롭게 생각한다”며 “내가 만약 이국땅에서 전사해도 끝까지 나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에 안겨주는 조국이 자랑스럽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JPAC 요원들이 발굴 작업 도중 잠시 숨을 돌리며 자신들을 촬영하는 기자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다.


미국은 ‘외국에 나간 자국군인들은 죽어서든 살아서든 반드시 국가로 데려 온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동맹국은 물론 북한등 적성국가도 아랑곳 않고 발굴 작업을 거쳐 유해를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수천억 달러와 쌀과 비료를 퍼주고도 생존해 있는 국군 포로의 송환에 대해서는 ‘끽’소리도 못하고 있는 우리와 너무 대조적이란 생각이다.


[다음은 JPAC 창녕발굴팀 책임자인 웰치 캡틴과의 일문일답이다]

■창녕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는 가

-3년전 전쟁에 함께 참전한 퇴역 군인이 창녕 우포늪 가에 전우 3명을 묻었다는 증언과 전투 기록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한차례 조사팀이 이곳을 방문해 2~3m 가량 발굴했으나, 찾지 못하고 철수했다가 다시 이곳 지역 주민들에게 탐문을 한 결과 미군 유해가 묻혀 있음을 확신하고 지난주 월요일(5월 26일)부터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발굴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크게 어려운 점은 없지만, 작업 현장이 자연보호구역이라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최대한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요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어려운 점이라고는 6.25 당시엔 도로가 낮았는 데 홍수 방지를 위해 제방을 쌓아 예상했던 것 보다 더 깊이 파야하고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것 정도다. 앞으로 약 5m정도 더 파면 유해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캡틴이면 현장 지휘관이 아닌가. 아까 보니 직접 괭이를 들고 흙을 파고 있던데 한국 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의아스럽다.

-(웃음)감사하다. 9년간 사병으로 근무를 하다 임관된 탓인지 그들의 애환과 고충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런 차원도 있고 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병사들이 잘 따라온다.


■발굴작업이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전사자의 이빨이나 손톱, 그리고 군복에 붙어 있던 단추와 군번등이 훼손된 상태라 유물 발굴을 하듯이 손을 이용해 흙을 긁어내 채로 치는 작업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 마치 사금을 채취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유해가 발굴되면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나.

-고귀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미군과 한국군이 합동으로 위령식을 가지고 본국으로 송환되어 가족들에게 인계된다. 미국은 이들에게 ‘영웅’이란 칭호를 부여하고 최대한 예우를 갖춰 대우한다.


■발굴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남다를 것 같다.

-전사한 영웅들을 고국에 데려간다는 것은 상당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 미국민들이 우리(JPAC)를 바라보는 눈과 기대는 상당하다. 외국에서 전사한 단 1명이라도 세월이 얼마가 흘렀는지 상관없이 반드시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고 있기에 조국을 믿고 전쟁터로 보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는 가.


한편, 웰치 대위는 9일 본지에 보도된 기사를 미국방성에 보내 한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알릴 것이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김 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