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공직은 떠나지만 창녕을 위한 봉사활동은 계속 하렵니다”

기무기1 2009. 6. 25. 22:45
728x90

40년 공직 마감하는 정진수 기획감사실장

26일 본청 대강당서 명예 퇴임식 예정

 

고3 재학때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스무살도 채 안된 나이로 공직에 첫 발을 디뎠던 귀가에 솜털이 뽀송했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뀐 40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단 한차례의 과오도 없이 공무원의 꽃이라는 사무관을 거쳐 서기관의 신분으로 오는 26일 명예로운 마감을 앞두고 있다. 올해 59세인 창녕군 정진수 기획감사실장. 그의 정년은 올해 12월이지만, 이번달 초 과감하게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공로연수라는 제도를 이용하면 공무원 신분을 6개월 연장하고 1천 수백만원의 경제적 이익도 취할 수 있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후배들에게 길을 틔워주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퇴임식을 일주일 앞둔 지난 21일 기자와 만난 정 실장의 얼굴은 한결 평온하고 맑아 보였다.

 


▲공직 40년 마감을 꼭 4일 앞둔 지난 22일 사무실에서 만난 정진수 실장.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어깨는 가벼워 보였고 얼굴은 환해 보였지만, 아쉬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는 “퇴임을 앞둔 기분이 어떠냐”는 첫 질문에 “40년이 언제 지났는 지 모르겠다. 무거운 짐을 벗었다는 홀가분함과 좀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교차 한다”며 착찹한 심경으로 입을 열었다. 정 실장은 “공직 노하우를 살려 창녕군과 군민을 위해 무엇인가 반드시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며 공직 마감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말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공직이란 어떤 자리냐”는 물음에 정 실장은 “공직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특혜 받은 직업으로 ‘그 자리에 있을 때 잘하라’고 후배들에게 꼭 알려 달라”고 말했다. 공무원의 업무 자체가 국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것이고 보면 민간인들은 큰 마음을 먹어야 봉사활동이 가능하지만 공무원은 생활 자체가 봉사라는 의미다.


따오기 복원 첫 단추 끼운 장본인


정 실장은 45세 되던해에 사무관에 승진시험에 합격해 부곡온천개발사업소장 1년, 부곡면장 2년 9개월을 하면서 7개부문 최우수 상을 받았고, 도지사의 우수면장상의 영예도 안았다. 지금도 부곡면민들은 정 실장을 ‘영원한 부곡면장’이라고 칭한다. 최근 국내는 물론 세계 환경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는 ‘따오기 복원 사업’도 정 실장이 첫 단추를 끼워 놓았다. 지난 2005년 9월 김종규 전 군수의 명령에 따라 이인식 환경운동연합 의장, 군의원등과 함께 ‘따오기 복원 사업단장’ 자격으로 중국 성서성 임업청과 따오기 서식지인 양현을 방문해 분양 절차등을 자문 받아 복원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14일 따오기 한쌍이 창녕 우포늪에 둥지를 틀었고 올해 들어 새끼 두 마리의 부화에 성공해 복원에 청신호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99년도 국도 5호선 공사시 계성고분군이 사라질 위기에서 당시 문화공보실장이던 정 실장은 국토관리청을 수십번 찾아가 3억 5천만원의 예산을 받아내 현재 박물관 뒤편에 원형 그대로 이전한 것도 “창녕의 역사를 사라지게 하면 후손들에게 대역죄인이 된다”는 그의 고집과 창녕의 역사를 사랑하고 긍지로 여긴 탓이었다. 또한, 창녕군 예산 3천억원 시대를 연것도 그의 공직생활중 보람이다.


화왕산 참사 가장 아픈 기억


“아쉬었던 점이 무엇이냐”는 말에 정 실장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동료직원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자신들도 화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칼바람을 맞으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한 공무원들의 활동은 감동 그 자체 였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사무실 천정으로 시선을 옮겼던 정 실장은 “화왕산 참사가 제 공직생활 중 가장 가슴에 아픈 기억이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 실장은 부인과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큰딸은 대구에서 학원 경영자이면서 수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막내 아들은 서울 소재 내일신문사 대학잡지 편집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 실장은 6월30일자로 지방부이사관으로 특별 승진함과 동시에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하게 된다.


“떠날때를 알고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 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글귀처럼 창녕군을 위해 한 평생 봉사한다는 정신으로 공직생활을 해왔고, 공직 마지막 봉사로 후배들에게 길을 틔워주기 위해 미련없이 옷을 벗은 정진수 실장. 일반 군민으로서의 새 인생을 시작할 그의 행보에 서광이 함께 하길 기원해본다.<김  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