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먹는 냉면맛에 감격했습니다”
청송교도소 전국 최초 ‘냉면’ 봉사 화제
창녕 ‘참살이 시민 모임’ 26일 1천명분 무료 제공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상회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교도소에 수용된 재소자들이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고달픈 수용생활을 잠시나마 달래 화제가 되고 있다.
창녕 ‘참살이 시민모임(공동대표 김영애 상임대표 정석중 목사)’은 지난 26일 경북 북부 제3교도소(구, 청송감호소 소장 배종섭)를 찾아 수용자 486명 전원에게 KBS-TV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 선정한 착한 기업 ‘강원식품’에서 생산한 칡 냉면 제공 봉사활동을 펼쳤다. 참살이 시민모임 회원과 한국 가요 작가협회 정길준 회장, 창녕선교회 노광수 목사, 하라트 공방 장해동 대표등 회원 26명은 이날 오전 7시 창녕 대합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해 9시30분경 청송교도소에 도착해 냉면 한끼 봉사를 주선한 교정위원 이기학 목사(아름다운 고백교회)의 안내를 받아 3시간동안 취사장에서 면을 삶고 달걀을 까고 수박등 과일을 썰어 회원들의 따뜻한 정성과 함께 담아 수용자들에게 전달했다.
창녕 '참살이 시민모임 회원들과 교도관들이 냉면 한끼 나눔 봉사를 마치고 교도소내 취사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종섭 교도소장은 “시원한 냉면 나누기 봉사활동은 전국 교도소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한 여름에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식구들(수용자)에게 갱생의 의지를 복돋아 주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교화 정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사회복지과 오현택 계장은 “1천명분의 냉면을 준비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과 노력이 들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먼곳까지 오셔서 수용자는 물론 직원들의 사기가 충만해졌다”고 말했다. 참살이 시민모임 김영애 공동 대표는 “우리의 작은 봉사활동이 어려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분들의 사회 복귀 의지를 굳건하게 하는 작은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냉면 맛 죽입니다" 배종섭 소장과 직원들이 재소자들에게 배식을 마친뒤 맛나게 냉면을 먹고 있다.
창녕선교회 노광수 목사는 “오늘 봉사를 위해 한국가요작가 협회 정길준 회장과 영생당 박단비 대표께수 거액의 후원금을 쾌척해주셨다”며 “더운 여름날씨에 좁은 공간에서 힘들게 생활사실 분들을 위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쳐나가는 계기기 되겠다”고 다짐했다. 35년째 교도관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수용자 중에 20년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3년째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있는 한 수용자는 23년만에 처음으로 냉면을 맛본다는 설레임으로 몇 일동안 밤잠을 설쳐 왔다”고 귀뜸했다.
사회의 정이 듬뿍 담긴 냉면이 재소자들에게 배달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 북부 제3교도소에는 오랜 기간동안 외로운 수용생활을 하고 있는 무연고자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참살이 시민모임은 무늬만 칡냉면이 아닌 칡이 20% 함유된 면에다 얼린 양파 육수, 한우 수육, 유정란 달걀, 친환경 재배 수박과 토마토를 고명으로 얹은 것으로 시중의 유명한 냉면집보다 더 고급스럽고 영양가가 많아 교도소장을 비롯한 교도관들조차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울 정도로 세심한 신경을 썼다.
오현택 계장은 이날 오후 정낙중 목사에게 “오늘 냉면을 먹은 수용자들이 제공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해와 문자를 보낸다”며 수용자들이 보내는 감사의 말을 대신 문자로 전해왔다. 교도소측은 이날 봉사활동이 펼쳐지는 취사장 앞에 ‘여름은 시원하다’는 현수막을 걸고 수용자와 함께 냉면을 만들도록 배려해 눈길을 끌었다. 취사장에서 일하는 수용자들은 잘 다려진 하얀색 가운과 모자를 쓰고 그간 맛보지 못한 냉면을 기다리는 동료 수용자들을 생각한 탓인지 상기된 모습으로 회원들이 만든 냉면을 각 사동으로 전달했다.
한국가요작가 정길준 회장(좌)과 배종섭 교도소장이 냉면을 그릇에 담고 있다.
참살이 시민모임의 냉면한끼 나눔 봉사에는 영생당 약방 박단비 대표, 정길준 한국가요작가협회장, 산림조합, 강원식품 유순년 대표, 창녕선교교회 노광수 목사, 하라트 공방 장해동 대표등이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참여했다.
한편, 이날 교도소 냉면 한끼 나눔 봉사는 찌는 듯한 무더운 한 여름에 전국 50여개 교도소 중 최초로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김 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