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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럿거라 군수님 차 나가신다~아?”-창녕신문, 경남연합일보-

기무기1 2008. 7.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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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수-의장, 차량 통제구역 무시 특권의식 여전

군 관계자, “일정이 빠듯해서 부득이 하게” 변명

 

태풍 갈매기의 여파로 구름은 잔뜩 끼었지만, 높은 습도와 기온으로 인해 불쾌지수가 상당했던 지난 21일 오전 11시 50분경. 창녕군이 주관하고 창녕군 그린 21 추진협의회가 주최한 ‘창녕람사르 총회 D-100일 우포늪 가꾸기’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우포늪 탐방로에는 수백명의 관내 초등학생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포늪 내 탐방로는 낙동강 환경유역청이 생태계와 철새 연구, 그리고 환경탐사 취재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승인한 차량만이 운행할 수 있는 청정지역이라 참가자 모두가 생태학습관 앞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걸어서 가야 했기 때문이다.

행사장으로 이어진 탐방로 곳곳에는 수명에서 십수명의 초등학생들이 우포늪을 배경으로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일부 청소년은 우포늪에서 노닐고 있는 백로등 새를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까만색 최고급 승용차 하나가 뽀얀 먼지를 날리며 이들 앞을 횡하니 지나쳤다. 먼지를 뒤덮어 쓴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저거 누차고, 저거는 먼데 차타고 들어오노”

이들의 항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앞서 지나갔던 차량과 똑같은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또 지나갔다. 뒤이어 갈색 소나타 승용차 한 대도 지나갔다.

▲김충식 군수와 성이경 의장이 탄 렉서스 고급 승용차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난 도로를 팔순의 한 노모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채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 차량에는 누가 타고 있었을 까. 확인결과, 처음 차에는 김충식 군수가, 두 번째 차에는 며칠전 의장에 선출된 성이경 군의회 의장이, 세 번째 차량엔 이곳 출신 박모 도의원이 타고 있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1억5천만년의 신비를 간직하고 보전해야 한다며 차량 통행을 금지시켜 놓고 자기들이 어겨도 되느냐”며 분개했다.

특히, 이들이 탄 차량이 지나간 길에는 올해 팔순이라고 밝힌 한 노모가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왼손에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치며 어눌한 걸음걸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먼지를 덮어 쓴 노모는 심성이 좋았던지 아니면 너무 힘들어 입을 열기가 힘겨우셨던지 묵묵히 땅만 바라보고 발걸음과 지팡이를 옮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자의 걸음으로 주차장에서 둔터 마을 행사장까지 소요된 시간은 10분 남짓. 군수와 의장 그리고 도의원의 일정이 얼마나 빠듯했는 지는 몰라도, 이 정도 거리라면 참가자들과 함께 나란히 걸으며 우포늪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군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청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수도 있었음에도 군민을 섬기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군수와 의장등은 외면한 셈이 되어 버렸다.

이에 군과 의회 관계자는 “일정이 빠듯해서 부득이 하게 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빠듯한 일정은 충분히 맞출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우포늪 주차장에는 탐방객들에게 대여하기 위해 자전거 200대가 비치되어 있었던 것.


자전거로 행사장까지는 3분이면 족히 갈수 있는 거리로 우포늪을 청소하기 위해 동원된 초등학생들과 학부모, 군민들에게 먼지를 선사하지 않고도 일정을 소화하기에 충분했다.


낙동강환경유역청 소속 우포늪 주민환경감시단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주민은 “경남도나 환경청 관계자들은 차량을 주차시킨 뒤, 우포늪을 둘러보는 반면, 창녕군청 공무원은 막무가내로 차를 타고 들어간다”며 “민간인들보다 더 우포늪을 보전하는 데 협조를 해야할 공무원이 이런데 누군들 차량 통행 금지 규칙을 지켜려 하겠느냐”며 일갈했다.


반면, 이날 군수나 의장만큼 일정이 빠듯한 한 공무원은 자신이 타고 온 승용차를 주차한 뒤, 자전거를 이용해 행사장에서 공무를 수행한 다음 황급히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페달을 밟아 대조를 보였다.<김 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