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 57세에 말단 공무원 된 ‘성기징’ 실무관
은행 퇴직후 2년간 준비 작년 지방공무원 시험 당당히 합격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사실임을 현실로 보여준 이가 있어 화제다. 올해 1월1일자로 창녕군 유어면 산업경제 담담 실무관으로 정식 발령을 받은 성기징씨는 지난해 8월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도 번번이 낙방을 하는 경상남도 9급 지방공무원시험(7.5대 1)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환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표정으로 민원인을 맞고 있는 늦깍이 공무원 성기징 실무관.
성 실무관은 베이비 붐 세대인 58년 개띠로 한국 나이로 57세다. 공무원 정년이 만 60세이니 그의 공직 생활은 기껏해야 4년 남짓 남았다. 연금 지급 대상도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누릴수 있는 특권도 없지만 그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면사무소 창구에 앉아 포근한 인상과 부드러운 말씨로 대민 서비스 업무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성 씨는 창녕읍에서 태어나 창녕초와 창녕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상고에 진학해 제일은행에 입사해 2011년 12월 31일 마산지점 부지점장을 끝으로 금융계와의 인연을 끊었다.
은행 퇴직후, 공무원시험 학원도 다니지 않고 책만 구입해 창녕도서관에서 1년동안 공부에만 몰두했다. 2012년 5월 지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그는 이을 악물고 칼을 갈아 작년 8월 정원 24명 모집에 150여명이 응시한 ‘지방공무원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기자가 지난 10일 유어면을 찾았을 때 성 실무관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지역 주민의 민원업무를 보고 있었다.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까”란 질문에 성 실무관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모범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답을 던졌다. 그가 맡은 업무는 지역내 공장과 기업관련 업무지만 유어면의 주산업은 농축업 분야라 농업관려 기술, 기계, 종자 지원등이다. 발령을 받은 직후, 농업 관련 용어를 몰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외모만 보고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을 할 때 어쩔줄 몰라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저는 말단입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서로 웃고 넘어 갈 때가 행복했다고 한다. 도움이 필요해 면사무소를 찾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정작 뭘 원하는 지 정확하게 전달을 하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가 더러 있을 때, 인내를 갖고 친절하게 안내해 민원을 해결하고 돌아 서는 뒷 모습에서 늦깍이 공무원이 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는 성기징 실무관.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명분보다는 일상에 충실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충고를 했다.
성 실무관의 도전과 성취는 조기퇴직 붐으로 불안한 근로자들에게 ‘하면된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고취시켜준다는 차원에서 깊고 높은 뜻과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김 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