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98년까지만해도 노조가 파업을 해도 회사는 급여를 꼬박 지급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러한 '무노동 유임금'은 노조의 연례 파업을 불러 비난여론에 직면하자 정부와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설정했다. 지난해엔 한국 외국어대 노조가 215일간 파 업을 벌였으나, 학교측은 한푼도 지급하지 않아 사실상 노조가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누구보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도내 한나라당 일부 국 회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에게는 '무노동 유임금'을 적용하고 있 어 비난을 사고 있다.
경남 도내 한나라당 소속 모 국회의원 보좌관 A모씨는 지난해 9월말경 해당 의원의 권유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지역구 사무실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확인해본 결과 거의 매일 출근하지 않아 사실상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어쩐일인지 A모씨의 급여 통장에는 국회사무처가 입금 한 급여 5백여만원이 매달 꼬박꼬박 입금된다. 어찌된 영문일까 . 속칭 놀고 먹는 백수 신세가 된 사람에게 일반 기업도 아닌 국가 정부 기관이 몇 십만원도 아니고 몇 백만원을 입금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역구 관계자는 "상시 출근은 하지 않지만 바깥에서 의원님의 심부름이나 다른 일을 거들고 있기 때문에 퇴직한 것으로 보면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의 해명은 "출근도 하지 않는 데 입법보좌관 활동을 어떻게 수행한다"는 것인지 삼척동자도 고개를 갸웃거릴 궁색한 변명이 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A씨는 지역구 사무실 업무와는 완전히 손을 끊을 것으로 확인됐 다. 그런데도 A씨의 임면권을 쥐고 있는 해당 국회의원은 무슨 사연이 있는 지 몰라도 국회사무처에 퇴직 처리를 하지 않고 있 는 것이다. 반면 A씨와 함께 보좌관에 임용된 B씨는 지난해 10월경 퇴직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놀고 먹는 A씨의 연봉, 7천만원 그러면 A씨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얼마일까. A씨는 지난 17대 총 선에 국회 4급 입법보좌관으로 임명됐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같 은 여타 정부기관 공무원과 달리 임용되면 최고 높은 호봉을 책 정한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입법보좌관은 해당 급수의 21호봉에 임명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A씨는 서기관인 4급 21호봉을 적용받게 되고, 연봉은 대략 7천만원선이다.
이에 해당 국회의원은 "가정이 있는 사람을 칼로 두부 자르듯, 할수 없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두세달 동안만 배려를 해주고 있다"면서 "이번 설이 지나면 퇴직 처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스스로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한편, 또 다른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지역구 보좌관은 자신의 급여를 쪼개 지역구 사무실 간사 월급과 여타 경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진해 김학송 의원의 전 보좌관은 지난해 "이러한 행태 는 명백한 임금 착취"라며 김 의원을 검찰에 고소해 물의를 빚 기도 했다.
어떤 이는 자녀 학비 20여만원도 마련치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을 매고, 누구는 금뱃지의 후광을 입고 놀고 먹으면서 매월 600만원의 급여를 받는 사회. 이것이 진정 한나 라당이 추구하는 사회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